"생성형 AI, 단순 도구 그 이상...영감도 줄 수 있어"

김은진 AI 기반 미디어 작가 "AI로 만든 작품, 희소성 클 것"

컴퓨팅입력 :2024/05/01 12:00    수정: 2024/05/01 16:11

"생성형 인공지능(AI)은 예술계에서 단순 도구 역할을 넘어섰습니다. 작가 대신 그림 구도를 잡아주고 영감을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AI 그림은 색다른 특징도 갖고 있습니다. 작가의 이야기가 그림에 스며들었습니다. 작가 문체가 이미지로 구현됐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AI 그림은 높은 희소성을 가질 것입니다."

김은진 AI 기반 미디어 아티스트는 최근 본지와 인터뷰에서 생성형 AI가 작가의 'AI 비서'로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단순 도구가 아닌 작가 그림 제작을 돕고 영감까지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은진 아티스트는 미국 뉴욕 티시예술대학에서 인터랙티브 텔레커뮤니케이션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서강대 아트엔테크 박사 수료했다. 현재 AI 기반 미디어 예술가로 활동하고 있다. 김 작가는 그동안 미국에서 기술과 예술을 결합한 작품을 전시하기도 했다.

김은진 AI 기반 미디어 아티스트.

그는 이달 17일부터 24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토포하우스 갤러리에서 전시 'AI가 천국을 그리다'를 열었다. 김 작가가 AI 기반 아티스트로서 처음 선보인 전시다. 생성형 AI를 이용해 천국을 주제로 한 작품을 공개했다. 예술가가 AI와 어떻게 협력해 작품을 그려나가는지 직접 보여줬다.

AI, 그림 구도 잡고 영감도 준다…"보조 도구 이상"

김은진 아티스트는 이번 작품 제작에 스태빌리티AI의 오픈소스 AI 모델 '스테이블 디퓨전'과 미드저니의 '미드저니' 유료 모델을 활용했다.

스테이블 디퓨전과 미드저니 유료 모델로 구현한 김은진 작가 작품.

스테이블 디퓨전은 명령어로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 미드저니 유료 버전은 명령어뿐 아니라 이미지 삽입을 통해 이미지 생성을 한다. 작가는 문자와 이미지 삽입을 통해 지속적으로 작품 수정만 진행하면 된다. 김은진 작가는 작품 하나 제작하는데 약 80시간에서 120시간 걸린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AI 툴 선택이 최종 결과물을 결정한다고 주장했다. 어떤 AI 툴을 활용하느냐에 따라 다른 이미지를 얻는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그동안 다양한 생성형 AI 도구를 활용했다"며 "예술적 이미지를 가장 잘 뽑는 툴은 미드저니와 스테이블 디퓨전"이라고 했다. 반면 오픈AI의 '달리3'는 브랜드 로고 제작 등 상업적 용도에 적합한 이미지를 만든다고 설명했다.

미드저니와 스테이블 디퓨전은 오픈소스 AI 모델로 알려져 있다. 이미지만 약 5억장 학습했다. 폐쇄형 AI 모델인 달리3보다 더 많은 이미지 데이터셋을 보유한 셈이다. 김은진 작가는 "오픈소스 AI 모델은 폐쇄형 모델보다 더 풍부한 화풍과 이미지를 표현할 수 있다"며 두 모델을 선택한 이유를 알렸다.

그는 생성형 AI가 예술계에서 단순 도구 역할을 넘어설 것으로 봤다. 김은진 작가는 AI와 사람이 함께 대화하고 맞춰가면서 작품을 만든다고 주장했다. AI가 그림 구도를 잡아주거나 작가에 영감까지 준다는 이유에서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하늘로 올라가는 복숭아, 초현실주의'라고 AI에 입력하면, AI는 하늘에 복숭아가 올라가는 장면만 생성하지 않는다. 

생성형 AI는 프롬프트 그대로 이미지 구현을 하지 않는다. 색다른 이미지를 제공함으로써 작가에 영감 주기도 한다.

우선 복숭아 구도를 보기 좋게 설정한다. 복숭아와 하늘을 연결하는 금속 체인도 생성한다. 사용자가 '금속 체인'을 멸령어에 입력하지 않았는데도 AI가 그림에 맞게 생성한 셈이다. 그는 "생성형 AI는 작가에게 도구일 수 있지만, 영감의 원천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AI로 만든 그림, 예술 한 장르 될 것…美선 이미 시작"

김은진 작가는 생성형 AI로 만든 작품이 예술 한 장르로 자리 잡을 것으로 내다봤다. 인간이 직접 그린 작품 못지않게 희소성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은진 작가는 AI로 만든 작품이 예술 한 장르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 작가는 "작가의 언어와 의도가 이미지에 그대로 묻어난다"며 "이는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 작가의 스토리텔링을 이미지로 구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어느 화가는 오일로 그림을 그리고, 어떤 화가는 아크릴 물감으로 그림을 그린다"며 "AI에 자신만의 이야기를 넣어 작품 만드는 것도 이와 같은 이치"라고 덧붙였다.

김은진 작가는 AI 작품 희소성도 높게 봤다. 그는 "생성형 AI 모델에 동일한 명령어를 넣는다고 해서 기존과 똑같은 이미지를 받을 수 없다"고 했다. 그는 "같은 명령어를 몇 시간 있다 똑같이 입력해도 다른 이미지를 생성한다"며 "AI 작품 희소성이 높은 이유다"라고 덧붙였다.

현재 미국에선 AI 작품 전시가 본격 시작하는 추세라고 했다. 'AI 기반 미디어 아티스트'라는 직업도 미국에서 처음 나왔다. 반면 한국은 관련 전시가 활발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AI 작품에 대한 예술적 가치 논란은 미국에서 이미 해소됐다"고 말했다.

"생성형 AI, 한계 분명 있어…데이터셋·UI 더 성장해야"

김은진 작가는 생성형 AI로 모든 작품을 완벽하게 구현할 수는 없다고 했다. 아직 생성형 AI 기술이 초기 수준이라서다. AI 예술 활동에 필요한 유저인터페이스(UI) 부족도 원인으로 꼽았다.

생성형 AI는 인간 손가락을 정확히 구현할 수 없다. 아직 기술이 초기 수준이기 때문이다. 아시아인 얼굴도 한번에 생성하기 어렵다.

그는 "AI 작가는 정해진 데이터셋으로 결과물을 얻는 식"이라며 "아직은 데이터셋 범위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생성형 AI가 사람 얼굴 이미지를 생성할 때 서양인을 먼저 내놓는다. 반면 아시아인 이미지 구현은 서툴다. 아시아 이미지를 구현해도 그림 풍채나 이미지는 중국식이다.

김 작가는 "앞으로 더 많은 데이터셋과 업그레이드된 정제 기술이 필요할 것"이라며 "작가는 프롬프트를 활용해 이를 교정하는 작업을 필수로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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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예술가가 생성형 AI로 이미지를 편하게 구현할 수 있는 UI 발전 필요성도 주장했다. 김은진 작가는 "현재 대기업에서는 이같은 UI를 개발한 것으로 안다"며 "아직 완전히 개방되지 않은 상태"라고 했다. 그는 "작품 활동에 필요한 UI가 나오면 현재보다 원활한 작품 제작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은진 작가는 예술가뿐 아니라 일반 사람들도 생성형 AI를 통해 예술 활동을 이어나갈 것으로 봤다. 그는 "누구나 신기술을 통해 창작 활동할 수 있는 시대가 오길 바란다"며 "이에 필요한 AI 서비스와 UI는 더욱 성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